한인 부유층도 은행 돈 빼 채권 투자
#한인 A씨는 일가족 명의로된 복수의 저축계좌에 묵혀둔 100만 달러를 최근 자산운용사의 조언대로 채권과 머니마켓펀드에 분산 투자했다. 은행 측은 저축 금리 인상을 제안했지만 수익률이 더 낮아서 결국 자금을 다른 금융 상품으로 옮겼다. 한인을 포함한 부유한 저축자들이 은행 계좌에서 현금을 빼내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한인 은행권에 따르면, 돈 가뭄에 한인 은행간 예금 유치 경쟁이 심화하면서 예금 금리도 단기간에 빠르게 오르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고객들은 더 나은 이자율을 제시한 은행으로 예금을 이전하거나 A씨처럼 아예 다른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은행들의 예금 유치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작년 킹달러일 때는 환차익을 보려는 일부 기업들이 예금을 인출해서 한국 본사로 송금하면서 예금고가 대폭 빠졌다”며 “줄어든 예금고를 채울 시간도 없이 현재는 예금 이자율을 두고 한인은행을 포함한 은행들과 또 다른 자산의 수익률과 경쟁하면서 예금고를 유치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뱅크오브호프와 한미은행의 경우, 이자 비용이 발생하지 않은 예금계좌(DDA)의 비중은 감소한 대신 고객에게 이자를 제공하는 계좌 비중은 증가하면서 예금 조달 비용이 느는 점을 봐도 은행권의 돈 가뭄 악화를 엿볼 수 있다. 뱅크오브호프의 경우엔 DDA는 전년 3분기 대비 5.3%포인트 감소한 반면 CD와 같은 예금 비중은 7.8%포인트 늘었다. 한미은행도 4분기 DDA는 직전 분기 대비 3.5%포인트 줄었지만 이자가 지급되는 예금의 비율은 3분기 대비 11.6%포인트나 대폭 증가했다. 이런 현상은 비한인 은행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4분기 실적을 보면, 메릴린치 자산관리를 포함하고 있는 은행의 자산관리부서 예금은 지난해 17% 감소한 3240억 달러로 나타났다. 소비자은행의 예금은 0.6% 감소한 1조 달러였다. 브라이언 모이니헌BofA 최고경영자(CEO)는 콘퍼런스콜에서 부유층 고객이 머니마켓펀드(MMF)와 국채로 자금을 옮기고 있으며 통상적인 소비자은행의 고객은 이런 투자에 나설 정도로 충분한 여유 자금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수십 년 만에 가장 가파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음에도 은행들이 예금과 저축 계좌에 미미한 이자만 제공하고 있다. 이자가 너무 오르지 않으면서 기다림에 지친 은행의 자산관리부서의 고객들이 팬데믹 기간에 쌓은 저축을 기준금리와 더 밀접하게 연동해 움직이는 상품으로 옮기고 있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이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통상적인 저축 계좌의 금리는 0.33%이다. 반면 국채, MMF, 브로커 CD 등은 모두 수익률이 4~5% 수준이다. 바클레이즈의 제이슨 골드버그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낮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계좌에 유휴 자금을 그대로 두면 기회비용은 커진다”면서 “잉여 현금을 가진 소비자들이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훈식 기자 [email protected]부유층 투자 한인은행 관계자 한인 은행권 비한인 은행